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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진

나의 데스크 셋업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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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참 쉬지를 않았던 것 같다.

 

18개의 휴가가 있었음에도

 

단 하나를 쓰지 않았다.

 

쉬나 안 쉬나 월급은 똑같이 받을 텐데 말이다.

 

 

사실 이제는 쉬는 날에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저냥 비슷하게 흘러가는 따분한 일상이

 

더 마음 편하기도 하고.

 

 

뭘 하고 놀아야 잘 놀았다는 건지,

 

뭘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

 

그렇다고 열심히 사는 건 아닌데.

 

 

 

어쨌든 뭐,

 

미련한 나를 뒤로 하고.

 

 

휴가를 내고도 공부만 하는 나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살짝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 건 딱히 없었고,

 

컴퓨터를 뒤적거리다 발견한 예전 사진들.

 

 

 

2017.05.29. 초여름, 늦은 오후의 내 방 안에서.

 

무려 6년 전이다.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 밖에 없었던 그때.

 

자고 나면 세상 모든 것들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매일 밤마다 생각했다.

 

 

뭐 지금도 여전하긴 하다.

 

이제는 사는 게 별 재미가 없어서 그렇지만.

 

 

뭐 아무튼,

 

공부만 뒤지게 해야 할 것 같은 책상 위의 물건들과 배치.

 

10년이 넘은 상처를 새긴 채 휘청거리는 책상과

 

군데군데 찢어진 벽지는

 

그 당시의 내 상태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는 돈도 없을뿐더러

 

장비에 관심도 없던 시기였다.

 

 

그래도 초여름의 날씨는 굉장히 좋았구나.

 

나른한 낮 시간엔

 

창 밖을 보며 멍 때리곤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가끔씩 이 사진을 보면 괜히 설레곤 한다.

 

그때는 여름을 좋아했었나 보다.

 

 

 

 

 

20.05.01.

 

많은 일들이 있었고,

 

계절이 몇 번 지나갔다.

 

 

잠깐 사회로 나갔다가

 

피똥을 푸짐하게 싸버리고는,

 

기저귀를 차고 다시 공부를 하던 나의 모습.

 

 

이때부터 책상 위가 꽤 정돈된 느낌이 든다.

 

정확히 5 : 5로 고통과 쾌락을 나누어 놓은 배치를 보니

 

웃기긴 하다.

 

인생이란 그런 거겠지.

 

 

 

사실 이 사진을 찍기 약간 이전부터

 

PC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사보기도 하고

 

오픈형 케이스에 수냉 빌드도 해보고 그랬었는데,

 

그 1년 간의 사진이 없다.

 

오로지 게임에 몰빵을 한 듯.

 

 

당시 PC 관련 AS 업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였는데,

 

별로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장비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올라갔었던 때다.

 

 

 

아래는 퇴사 후 이곳저곳을 방황하다,

 

다시 배움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맞췄던

 

안정적 빌드랄까.

 

 

녹투아 산업용 쿨링팬을 13개나 처박은 PC. 방구석에서 굉음이 났었지만 이 PC를 올해 초까지, 한 3년 조금 넘게 썼다. 사용 중 돈이 쪼달려서 부품을 다운그레이드 하던 모습.

 

첫 빌드였던 3950X + 라데온 7에서 → 3600X + 1660ti로 변경하였다.

 

다운그레이드를 했지만, FHD 듀얼 모니터 환경에서

 

너무나 원활히 사용하였다.

 

 

여름철 내 방에 들어와 방황하던 날파리는

 

컴퓨터 근처로 갔다가

 

너무나 강한 오스트리아의 풍압을 이기지 못하고

 

흡기 필터에 박혀 운명을 다하고 말았다.

 

 

장비에 미쳤었던 기억들. 좌측 상단부터 FK2-B / ZA13-B / 지슈라 / G304 / 타에무. 이 말고도 수많은 키보드와 마우스들이 내 손을 거쳐 갔다.

 

2022.01.18. 여유가 생겼는지, 쾌락과 고통의 비율이 6 : 4 정도로 늘었다. 장비도 꽤 업그레이드 된 모습.

 

배틀그라운드에 미쳤었던 나는

 

모니터를 조위기어 제품으로 바꾸게 되었다.

 

 

2 채널 모니터링 스피커를 사용하게 되면서

 

듀얼 모니터를 상하로 배치한 모습.

 

 

또한 키보드에 내가 좋아하는 스위치를 윤활하여 박고,

 

마우스도 어느 정도 내공이 쌓여 정착하였다.

 

 

책상이 비좁아 보이지만,

 

무려 좌우 길이가 1.6M나 된다.

 

무난하게 생긴 책상이라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구석에 박혀있던 본체는 먼지 청소 후 위로 올라왔고,

 

덩달아 엄청난 굉음이 함께 따라왔다.

 

 

 

그리고 이맘때쯤 방의 벽지 도배와 방한 작업,

 

새시 교체를 진행하였다.

 

 

이전 방의 따뜻한 느낌의 색감을 원했고,

 

잘 나온 것 같다.

 

 

다만,

 

내 돈..

 

집 전체를 공사하였고,

 

한 천만 원정도 들었던 것 같다.

 

 

 

...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올해 초,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정든 PC를 판매하고,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정리하였다.

 

 

그렇게 멍하니 살다가

 

다시 맞추게 된 PC.

 

 

과정을 즐기면서 빌드하였고,

 

신경을 많이 썼다.

 

돈도 많이 썼고..

 

그래픽카드가 너무 커서 애를 먹었다. 하판을 그라인더로 절단하여 도색, 장착하였다. 크기가 딱 맞다.

 

파워 케이블 커버 장착 모습. 선정리용 커버를 이용하였다.
한결 깔끔한 모습.

 

7950X3D + RTX4090 AERO 조합.

 

케이스는 써멀테이크의 TOWER 500.

 

스피커는 브리츠의 BR-1900DB.

 

 

제품들 전부가 방 안의 색감과 너무 잘 맞고,

 

사용하기 너무 편해서 좋았다.

 

스피커와 모니터의 각도를 맞추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

 

 

다만, 책상 위는 아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뒤의 케이블이 짧아서 떴다. 긴 케이블로 다시 주문했고,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한결 낫다. 조금씩 깔끔해지고 있는 중.

 

사용하다 보니

 

툭 튀어나온 조명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방향이 오른쪽에 있다 보니 그림자가 져서 불편했다.

 

여러 제품들을 거쳐가게 되었고,

 

현재 빌드로 정착하게 되었다.

 

 

 

모니터 상단 조명은 미지아 1S 2세대.

 

색온도까지 조절이 가능하고,

 

리모컨이 있어서 정말 편하다.

 

상하 듀얼모니터 구성에는 필수 제품인 것 같다.

 

주간의 사진. 귀여운 조카님께서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

 

야간의 사진. 조명 진짜 잘 샀다고 생각함..

 

LED 스트립을 모니터 후면의 모니터 암에 감아주었다.

 

무선 키보드 한 대를 추가하였다. 기존의 유선 커스텀 키보드를 전시하여 뒷 부분의 선을 가려주었다.

 

영롱하다..

 

조명을 왜 쓰는지 알겠다.

 

눈도 덜 피곤하면서,

 

빌드의 퀄리티를 한층 높여주는 것 같다.

 

 

 

6년 전과 후의 내 방. 나도 변했을까.

이렇게 정리해 보니

 

참 많이도 사재끼고 팔아재꼈던 것 같다.

 

 

여러 제품들을 경험하고,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았을 때의 즐거움.

 

덩달아 오르는 게이밍 퍼포먼스가 느껴질 때.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나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그러한 회복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더 좋고 넓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이다.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앞으로도 잘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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